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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레벌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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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레벌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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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한 체제를 두루 경험한 북한 전문 기자의 통일 이야기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조선 레벌루션 설계도

・ How 통일론에서 When 통일론으로 현실화할 한반도의 미래

통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 통일 방법론에 대한 무수한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명쾌한 해답은 없었다. 저자는 해답 없는 방법론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는 언제 통일해야 하나를 논의하자고 제안한다. 언제에 대한 논의는 곧 통일 여건에 대한 논의이다. 여건을 성숙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이런 역발상을 바탕으로 북한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들을 결합한다. 스마트 메가시티, 스마트 국가 북한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북한과 4차 산업혁명, 이 음과 양 같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융합시켜 한반도의 미래를 밝히자고 한다. 말 그대로 조선 레벌루션이다.
Language한국어
Release dateJan 3, 2019
ISBN9788997639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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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레벌루션 - 주성하

    조선 레벌루션

    1판1쇄 발행 2018년 11월 29일

    지은이   주성하

    펴낸이   김형근

    펴낸곳   서울셀렉션㈜

    편집   진선희

    디자인   김지혜

    등록   2003년 1월 28일(제1-3169호)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6 출판문화회관 지하 1층 (우03062)

    편집부   전화 02-734-9567 팩스 02-734-9562

    영업부   전화 02-734-9565 팩스 02-734-9563

    홈페이지   www.seoulselection.com

    ⓒ2018 주성하

    ISBN 979-11-89809-00-3

    * 이 책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저술지원으로 출판되었습니다.

    * 이 책의 내용과 편집 체제의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본 전자책은 빌드북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주소│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6길 39 명성빌딩 401호

    대표전화│070-7848-9387

    대표팩스│070-7848-9388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이를 위반시에는 형사/민사상의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본 컨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회의의 KoPub서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머리말

    사람은 꿈꾸는 존재입니다.

    『어린 왕자』와 『반지의 제왕』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3권에 포함된 사실은 사람들이 얼마나 상상하길 좋아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꿈꾸는 능력 때문에 인류가 이만큼 진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북한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의 현실이 암울하다고 해서 꿈조차 꾸지 못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늘 어떻게 하면 북한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고민이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목숨 건 탈북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탈북하면서 두만강을 건넌 뒤, 불 한 점 없는 깜깜한 북한 땅을 건너다보며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너를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니다. 너의 미래를 위해 오늘 떠나는 것이다.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두고 온 그 땅과의 인연을 절대 놓을 수 없어 한국에 와서도 매일 북한을 들여다보고 소식을 전하는 기자가 됐습니다. 늘 북한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곳으로 만들까를 고민해 왔습니다. 한국에 와서 좋은 것을 경험하면 이런 좋은 것을 북한 사람들도 누려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문제점을 보면 저것은 절대 북에 옮겨가면 안 돼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저는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진화할지 생각하게 됐고, 그 변화의 중심에 북한이 서 있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붕괴하고 북한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각종 기득권이 사라진 땅이 된다면,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가장 선진적인 정치·사회 시스템을 실험적으로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북한이 먼저 다양한 혁명적 변신에 성공한다면, 이에 자극받아 한국도 같이 빠르게 변화 발전해, 한반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인류의 선구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책은 한국에 와서 꾸었던 저의 그런 꿈과 상상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장기적인 국토 개발 계획과 분야별 개혁 방안 등을 책에 담았습니다. 인류가 남긴 굵직굵직한 발자취는 처음엔 누군가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물론 북한의 낙후한 현실로 미뤄봤을 때 변화와 발전은 한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루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변화는 통일과 함께 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 책은 10년 후의 북한을 가상해 서술했습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단독 저서와 e-북, 공저를 포함해 15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대다수가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미래를 그려보는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의 상상에 많은 한계가 있을 수도, 현실성이 떨어질 수도 있음을 잘 압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품고 있는 많은 상상의 씨앗 중에 다만 몇 개라도 생각할 가치가 있다면, 부족함에 대한 질책 대신 너그러운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 독자로 김정은을 꼽고 싶습니다. 모든 면에서 가난하고 후진적인 북한이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누구보다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은이 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북한 체제의 붕괴까지 상정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제안하는 대안 중에는 김정은이 노력한다면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미래에 대한 혜안이 있다면, 그래서 그 자신이 개혁적 지도자가 돼 선진 북한을 만들어 가려고 결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봅니다.

    한국에 와서 북한 인민들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노래 몇 곡이 생겼습니다.

    그 중에는 〈불나비〉라는 민중가요도 있는데, 노래 속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으로 머리말을 끝맺으려 합니다.

    친구야 가자 가자 자유 찾으러

    다행히도 난 아직 젊은이라네

    가시밭길 험난해도 나는 갈 테야

    푸른 하늘 넓은 들을 찾아갈 테야

    2018년 11월 6일

    화창한 날씨에 완도의 카페 ‘완도네시아’에서

    1

    멋진 통일 비전이

    멋진 미래를 만든다

    시대는 인류에게 이제 무엇을 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늘 던져왔다. 이 질문에 올바르게 대답한 국가와 민족은 항상 번영했고, 답을 찾지 못하면 주저앉았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답을 우리는 시대정신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반도 앞에 놓인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대답은 다를 것이다. 유명 정치인과 학자들의 의견 역시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대답을 투표로 정한다면 통일이 가장 압도적인 지지표를 얻지 않을까. 물론 다른 중요한 답변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하나의 민족이 둘로 나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 민족에게 미래가 없을 것이다.

    통일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로서 치러야 하는 엄청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내수 시장은 커질 것이며 나아가 대륙과 연계할 방법도 나올 것이고, 더불어 끊긴 혈맥이 이어지는 등 수많은 대답이 나올 것이다.

    이런 대답들과 함께 통일은 현재 우리가 마주한 수많은 문제, 즉 눈에 분명히 드러나지 않지만 정치 경제적으로 기득권 세력이 세워둔 장벽에 막혀 더 나아가지도 바꿀 수도 없는 여러 문제와 국제 관계나 무역 경쟁에서 힘에 부쳐 한계에 직면한 상황 등 많은 것을 풀어낼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준비 없이 이루는 통일은 재앙이다. 이 점 역시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그러나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의 문제에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야심 차게 만든 ‘통일준비위원회’조차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변변한 활동을 못 하고 세미나만 계속 열며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 이유는 어떤 통일국가를 만들지에 대한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통일이라 하면 한국의 대다수 사람은 북한에 한국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이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면서도 정답은 아니다. 이 글은 그 정답을 찾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고민의 전제는 대한민국이 통일을 주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 논의의 주도권이 대한민국에 있는 상황에서의 통일을 논하여야 한다. 이 논의를 위해 우리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성취한 업적, 동시에 지금 한국이 당면한 문제들을 정확히 직시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눈부신 성장과 현실

    나는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고, 북한의 최고 교육기관인 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 영어문학과를 졸업하고 탈북해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온 후 16년째 기자로 지내면서 우리 사회를 연구해왔다. 남과 북을 피부로 생생히 체험한 당사자인 것이다.

    이런 나에게 가끔 남북을 비교하면 어떤지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당연히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나은 사회라고 대답해왔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다가 세습 봉건왕조로 회귀했고, 여기에 독재와 군국주의 요소가 가미된 북한은 자유민주주의 이념 하에 시장경제 질서를 바탕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비교 대상이 못 된다.

    대한민국은 21세기 후반에 전 세계에서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나라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불과 반세기 만에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일 것이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났을 때,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67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7년 국민총소득은 2만 8,380달러로 무려 420배가 늘어나는 기적을 이뤘다. 수출은 세계 6위이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나라 가운데 7번째로 소득이 높은 나라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40여 국가 중 성공 스토리를 쓰면서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한 사례도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런 역사를 당연히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등 각종 시스템을 그대로 북한에 도입하는 것이 어떻냐고 묻는다면, 나는 분명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에 내놓고 자랑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국가였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를 거쳐 21세기 4차 산업시대 또는 지식기반사회로 표현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쉼 없이 성장만 외치며 달려오다 보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져 나왔다.

    한국은 북한보다는 훨씬 나은 사회이지만, 그동안 고도성장을 빠르게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고쳐야 할 너무나 많은 문제가 도처에 쌓여 있다. 대수술이 불가피한 문제들이지만, 기득권을 쥔 많은 이익집단이 꽁꽁 뭉쳐 수술도 대체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반드시 수술로 도려내야 할 썩은 부분들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이런 체제를 그대로 북한에 이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령 한국의 정치제도는 민주주의 정치이지만, 현실 정치 모습을 북한 보고 그대로 따라 하라고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다. 교육제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도 학교와 학원을 번갈아 가면서 무거운 가방에 짓눌려 있다. 21세기 들어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산업화 시대를 이끌 일꾼 대량 양성을 목적으로 만든 한국식 교육 시스템이 과연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게다가 광복 후 70년이 지났어도 일제 식민시대가 남긴 역사 청산에 실패한 것이 오늘날 우리 현실이다. 결산하지 않고 넘어간 친일파 청산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민족 단합을 막는 방해물이 되고 있다.

    이런 점들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한국의 제일 큰 문제는 세계에서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는 경제 풍요를 누리는데도 국민이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위고, 노인 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상위이다. 젊은이들은 자식 낳아 키우기 어렵다며 출산을 미뤄 출산율 역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계층 간 격차는 점점 벌어져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는 사라져가고 있다.

    누구나 이러한 문제점들을 알고 있지만 고치기는 쉽지 않다. 입법권을 쥔 국회에 누가 성역 없는 자정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을까. 사교육 문제를 비롯한 교육 개혁도 누구 하나 총대를 메고 나서지 않는다. 산업 경쟁력도 점점 뒤처지고 있다. 재벌 중심의 수직 산업구조로 우리는 국제 경쟁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부를 독식하는 재벌의 족벌경영 체제, 적은 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의 문어발 경영과 경영권의 독단적 행사,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구조로는 세계 경제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시대에 뒤떨어진 수많은 규제와 관행도 변화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실례로 금융과 정보기술(IT) 융합으로 이웃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핀테크(FinTech)를 기초로 한 ‘금융혁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대통령이 수년째 없애라고 해도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 사회에는 무수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앞으로 개선될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해답을 통일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다.

    북한은 한국의 희망이 될 수 있다

    2016년 뉴욕을 방문했을 때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뉴욕은 북한에도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엄청나게 발전한 도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직접 타본 지하철은 너무나 낙후됐다. 뉴욕 지하철은 1904년 개통됐다. 서울보다도 70년 앞서 만든 시설이다.

    뉴욕보다는 좀 나아 보이지만 일본 도쿄나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 지하철도 낙후되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평양 지하철이 뉴욕 지하철보다 훨씬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울도 1호선을 포함해 1970년대 개통된 시설은 낙후되었지만, 최근 건설한 지하철은 매우 깨끗하다.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 지하철은 서울보다 더 현대적이고 깨끗하다.

    1900년대 초반, 한국에선 아직 당나귀나 인력거를 타고 다닐 때 뉴욕 사람들은 선진적인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람들은 최신 기술로 완성한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과거 선진 문명을 이끌던 뉴욕과 런던 사람들은 오늘날 좁고, 낡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다시 시계를 앞으로 돌려 30년 뒤를 예상해보자. 서울이 뉴욕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서울 사람들이 건설된 지 70년이 된 낡은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북한 사람들은 아주 선진적이고 깨끗한 지하철을 새로 건설해 타고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 뒤졌다고 미래까지 뒤진다는 법은 없다.

    미래학자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는 ‘지식 2배 곡선(Knowledge Doubling Curve)’으로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 총량은 지금까지 100년마다 2배씩 증가해왔다. 그러다가 1900년대부터는 2배씩 증가하는 속도가 25년으로 줄었고, 2010년대엔 13개월로 단축됐다.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은 3일마다 2배씩 늘어나며 2050년엔 하루에 2배씩 늘어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과거 25년 걸린 발전 속도를 한국은 10년 만에 따라잡을 수 있었고, 미래의 북한은 1년이면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이 경험했던 경제 발전 단계를 북한은 너무나 쉽게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1인당 국민소득을 2배 높이는 데 미국과 영국, 일본은 30년이 걸렸다. 하지만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고속성장기에 들어선 중국은 단 3년 만에 그것을 해냈다.¹ 물론 중국의 국민소득이 워낙 낮았고, 지금도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며 앞으로 발전이 정체돼 이런 속도를 유지하지 못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후진국이라도 방향만 잘 설정하면 선진국을 빠른 속도로 따라갈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1 『명견만리』, 인플루엔셜, 2016, 107쪽

    그리고 국민의 행복도는 꼭 그 나라의 국민소득과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나라는 국민소득만으로 모든 가치를 측정하고 비교하는 나라가 아니라, 좀 가난해도 모든 국민이 희망을 품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오늘날 북한 현실은 어느 쪽으로 봐도 매우 절망적이다. 21세기에 경쟁력이 있을 만한 산업 시설은 사실상 하나도 없는 것과 같다. 당장 먹고 살기조차 어려운 곳이 북한이다.

    북한에는 사실상 경제란 것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저들 스스로는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외치지만, 매년 예산 발표조차 못 할 처지인 것이 북한의 경제 현실이다. 지구상에 예산이 없는 정부는 북한이 유일할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에 관해선 말할 가치조차 없다. 70년 넘게 3대 세습 독재가 이어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도 서 있지 않다. 시장경제에 대한 학습도 전혀 돼 있지 않다.

    1950년대 초반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혹평했던 영국 런던 <타임스 Times>의 허그로프 기자가 지금 북한에 갔다면, 내가 봤던 1950년대 한국은 북한에 비하면 한참 선진국이라 평가할지도 모른다.

    이런 북한이 한국의 미래가 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되묻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바로 경제적으로 폐허 상태이므로, 김정은 체제 붕괴로 기득권까지 무너지면 북한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의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50년 북한이 일으킨 전쟁으로 한국 역시 완전히 폐허가 됐다. 그러나 이 폐허가 역설적으로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쟁을 통해 이 땅에 수천 년 이어져 내려오던 봉건 신분제도가 급격히 붕괴되었다. 지주 같은 자산계층은 자산을 다 잃었고, 나아가 조직화된 이해관계를 내세워 국가 성장의 발목 잡을 힘을 잃어버렸다.

    신분 질서에서 해방된 농민의 아들딸들은 교육받을 기회를 얻었고, 교육받지 못해도 도시로에 진출해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산업 역군이 됐다. 한국에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너도나도 지독한 가난 속에서 신음하다 보니 물질 풍요에 대한 갈망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았다. 이는 나중에 ‘잘살아 보세’란 구호를 내걸고 죽기 살기로 허리띠를 조이며 산업화를 이룬 정신적 바탕이 됐다. 파괴된 신분 질서와 평등주의는 한국 민주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북한이 가진 잠재력과 자산

    바로 그 역사가 북한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

    북한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국가 발전 계획만 잘 세우면 북한은 단숨에 21세기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아프리카 나라들이 유선 통신망 없이도 곧바로 휴대전화 상용화 시대를 연 것처럼 일정한 발전단계를 바로 뛰어넘을 수 있다.

    약 20년 뒤를 가정해보자. 무인자동차 시대에 들어서서도 한국은 20세기에 건설된 고속도로를 그대로 사용하고, 21세기 초에 건설된 고속철도를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면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다시 건설하기엔 엄청난 비용이 드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설령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도로와 철도를 업그레이드해도 앞으로는 새 기술 혁신 주기가 너무나 짧아 건설해 놓자마자 새 기술이 나와 과거의 선진 인프라를 낡은 인프라로 만들기 쉽다.

    통일 후 철도와 도로를 다시 건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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